여행
"버스 시간 알아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괜찮아! 나만 믿고 와!"
그녀의 딸은 태안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 거침없이 길을 찾아 나섰다. 그 모습이 이곳을 몇 번이나 온 사람 같았지만, 사실 그녀의 딸도 그곳은 처음이었다. 그 모습이 스스로도 우스운지 딸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엄마, 뭐 먹고 싶어? 아까 버스에서 생각해 두라고 했지?"
주위를 둘러봐도 휑한 풍경에 고를 수 있는 음식은 김밥과 햄버거뿐이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는지 딸에게 말했다.
"우리 저쪽으로 좀 더 가볼까?"
그녀의 입맛을 잘 아는 딸은 그녀가 말한 방향에 음식점이 조금 더 있을 것 같아 군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엄마, 여기 국수 말고 밥 종류도 있어!"
몇 개 보이지 않는 음식점과 추위에 떠밀려 내켜 하지 않는 그녀를 설득해 그녀와 딸은 국수 체인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그런대로 꽤 괜찮았고, 음식을 거의 다 비웠을 때쯤 그녀는 다시 한번 버스 시간에 대해 말했다.
"버스 시간 알아보고 오자니까. 너는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면 엄마도 하라고 하고, 엄마가 하면 괜찮다고 하고."
버스 시간을 알 수 없던 그녀는 불안함에 태안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로 버스 시간에 대해 재차 딸에게 물었었다. 이번엔 답답함에 결국엔 사족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녀와 딸은 벌써 네 번의 여행을 동행하고 있었다. 서로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들 때문에 두 번째 여행까지는 서로 투닥거리며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세 번째 여행부터는 좀 나았었는데, 답답한 딸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도 엄마는 여전히 참고 있었다.
"엄마,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지~ 두시 반까지 정류장에 가면 돼! 걱정마세요."
그녀는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면 서로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투닥거릴 것 같아 말을 참았다.
딸은 어딘가 태연하게 버스 시간이 다 되어가도 잠깐 들린 편의점에서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불안함에 그녀는 또 한 번 말을 꺼냈다.
"버스 정류장은 어디야."
"요~ 앞이야. 괜찮아 괜찮아. 5분 전에 나가면 돼."
그렇게 편의점을 나선 그녀와 딸은 정류장이 근처라던 딸의 말과 달리 길을 헤맸다. 진짜 버스를 타려고 했다면, 다리가 불편한 그녀와의 여행에서 딸은 골목 뷰까지 확인하며 태안 도착 전에 미리 버스정류장 위치와 시간을 파악해놨었을 것이었다.
"OO카센타 앞이라고 되어있는데."
이쪽저쪽 동분서주하며 한참이나 배회한 그녀와 딸은 편의점 맞은편에 처음부터 떡하니 있던 카센터를 그제야 발견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류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딸은 확신에 찬 미소로 먼저 앞서서 카센터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더니 레이 차량 앞에 섰다.
"짠! 우리 버스입니다~"
그녀에게 장난스레 자동차를 소개하던 그녀는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힘들 것 같아 우리의 여행을 위해 렌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안은 바깥바람을 피하기에 한없이 따뜻했고, 그녀의 얼굴에도 잔잔히 미소가 번졌다. 딸은 이 순간을 위해 묵묵히 참고 버스정류장을 찾아준 그녀에게 고마웠다.
- 2022년 2월 20일의 익명님으로 부터 |